이것저것 만들고, 그리고 하는 것을 워낙 좋아한다. 손으로 오물 쪼물 하다 보면 스트레스도 없어지고 무언가에 집중하다 보면 잡념도 사라진다.
먼저번에 공방에서 만들어 놓은 긴 사각접시를 찾아왔다.
판을 쳐서 석고틀에서 형태를 잡고 어느정도 말랐을 때 흙을 파내 그림을 그리고, 상감기법으로 그림의 홈에 하얀 화장토를 채운 후 긁어내 그림무늬가 선명해지게 했다.
그냥 보면 별것 아닌듯 하지만, 은근히 손이 많이 간 도예작품이다.
이건희 컬렉션에서 피카소 도자기를 보고는 도자기에도 창의적인 입체감을 한번 더 입힐 수 있구나,라는 생각이 들었다.
도자기는 도자기 자체가 입체적인 작품이기 때문에 도자기를 활용하여 다시 입체적인 그림을 넣으면 과할 것이라 생각했는데, 피카소 작품을 보고는 생각이 바뀌었다.
피카소 도자기에서 영감을 받아 이 작품을 만들었다. 남들 눈에는 우습게 보일수 있지만, 그동안 만든 도자기 작품 중에 꾀 마음에 드는 작품이다.
이제는 단순히 사용하기 위한 그릇, 컵 보다는 시간과 공을 들여 작품을 만들어 보고 싶다. 더 노력해야 하는데, 요새 업무가 너무 바빠 공방에 가지 못한 지 한 달도 넘었다.
손으로 흙을 주물럭 주물럭, 만지다 보면, 참 겸손해지곤 한다. 이렇게 말랑말랑하고 부드러운 흙하나 내 맘대로 못하는 그 주제가 인간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.